파킨슨병, 떨림만이 전부가 아니에요 - 조기 발견부터 최신 치료까지

파킨슨병, 떨림만이 전부가 아니에요 - 조기 발견부터 최신 치료까지

병원 신경과 대기실에서 만난 한 환자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처음엔 그저 나이 들어서 그런가 했어요. 움직임이 좀 느려지고 글씨가 작아지는 게 노화 현상인 줄만 알았죠."

실제로 많은 파킨슨병 환자들이 초기 증상을 단순한 노화로 착각한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파킨슨병하면 손떨림만 떠올리시는데, 실제로는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60세 이상 인구의 약 1%가 앓고 있는 이 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어요.

특히 우리나라처럼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사회에서는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질환이죠.


도파민이 사라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파킨슨병의 시작은 뇌 깊숙한 곳, 흑질이라는 부위에서 일어납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점점 줄어들면서 우리 몸의 움직임이 어색해지기 시작하죠.

놀라운 건, 도파민 신경세포가 60~80% 정도 손상되어야 비로소 눈에 띄는 증상이 나타난다는 거예요.

그래서 진단을 받았을 때는 이미 병이 수년간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환경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고 해요.

살충제나 중금속 노출, 두부 외상 같은 것들이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하거든요.

반대로 커피를 마시거나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은 오히려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조영제와의 연관성도 제기되고 있어요.

2025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MRI 검사 시 사용하는 가돌리늄 조영제가 파킨슨병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거든요.

단 1회 사용 후에도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하니, MRI 조영제 사용 시 더욱 신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떨림 외에도 주목해야 할 신호들

파킨슨병 환자분들이 가장 힘들어하시는 건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증상들이에요. 우울증이나 불안감, 변비, 수면장애 같은 것들 말이죠. 실제로 파킨슨병 환자의 40~50%가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특히 렘수면 행동장애라는 게 있는데, 꿈속에서 하는 행동을 실제로 팔다리를 움직여가며 하게 되는 거예요. 가족들은 그저 잠꼬대가 심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게 파킨슨병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는 거죠. 놀라운 건 이런 수면장애가 있는 사람의 90% 이상이 길게는 20년 후에 파킨슨병이나 관련 질환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증상이 후각 상실이에요. 냄새를 잘 못 맡는다거나 음식 맛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것도 파킨슨병의 초기 신호일 수 있습니다.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부터 이런 비운동 증상들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희망을 주는 최신 치료법들

좋은 소식은 파킨슨병 치료가 예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발전했다는 거예요.

레보도파라는 약물이 여전히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로 쓰이고 있지만, 이제는 훨씬 다양한 옵션들이 생겼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건 줄기세포 치료입니다.

최근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와 일본 교토대학에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고무적인 결과가 나왔어요.

배아줄기세포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환자의 뇌에 이식했더니, 도파민 생성이 증가하고 운동 증상이 개선됐다는 거죠.

우리나라도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연세대 의대 연구팀이 진행한 임상시험에서는 세포 이식을 받은 환자들의 운동 기능이 평균 12.7점이나 개선됐다고 해요.

한 환자분은 치료 후 배드민턴과 산책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 발전이죠.

약물치료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을 때는 뇌심부자극술이라는 수술적 치료도 고려해볼 수 있어요.

뇌의 특정 부위에 미세한 전기 자극을 주는 방법인데, 약물 복용량을 줄이면서도 증상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운동이 약만큼 중요한 이유

신경과 전문의들이 한결같이 강조하는 게 있어요. 바로 운동입니다.

꾸준히 운동한 파킨슨병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증상 진행이 느리고 치매 같은 합병증도 덜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와 있거든요.

특별한 운동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루 30분에서 1시간 정도 3~4km를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수영, 태극권, 요가 같은 운동도 좋고, 최근에는 '락스테디 복싱'이라고 해서 파킨슨병 환자를 위해 특별히 고안된 복싱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김용욱 교수님은 "파킨슨병 진단 초기부터 재활치료를 시작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하시더라고요.

초기에는 높은 수준의 활동량을 유지하는 게 목표고, 중기 이후에는 보행 훈련이나 균형 운동, 호흡 재활 등이 중요해진다고 합니다.

중요한 건 안전이에요. 균형감각이 떨어지는 분들은 앉아서 하는 운동부터 시작하시는 게 좋고, 가능하면 보호자와 함께 운동하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음악에 맞춰 리듬감 있게 움직이는 것도 도움이 되는데, 탱고 같은 댄스가 파킨슨병 환자의 보행 능력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관리법

파킨슨병이 있어도 충분히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몇 가지 주의사항은 있어요. 단백질이 많은 음식은 레보도파 약물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어서, 약 복용 시간과 식사 시간을 조절하는 게 좋습니다.

변비가 흔한 증상 중 하나인데, 이건 충분한 수분 섭취와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으로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해요.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약 복용 시간을 정확히 지키고, 운동도 매일 같은 시간에 하는 게 좋아요.

집안 환경도 조금씩 바꿔보세요. 문턱을 없애고, 욕실에 안전 손잡이를 설치하고,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아두는 것만으로도 낙상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옷도 단추보다는 지퍼나 벨크로를 사용하는 게 편하고요.


미래는 더 밝아질 거예요

2025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155개의 파킨슨병 치료제가 개발 중이고, 그중 절반 이상이 임상 2상 단계에 있습니다.

알파시누클레인이라는 비정상 단백질의 응집을 막는 약물, 유전자 치료, 백신까지... 향후 5~10년 내에 파킨슨병 치료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어요.

특히 미국의 블루록 테라퓨틱스는 2025년부터 줄기세포 치료제의 3상 임상시험을 시작한다고 발표했고, 일본에서는 신속 심사 제도를 통해 조건부 판매 승인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이런 치료법들이 상용화되면 파킨슨병도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최근에는 장내 미생물과 파킨슨병의 연관성도 주목받고 있어요.

장에서 시작된 염증이 뇌로 옮겨가면서 파킨슨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설인데, 이게 증명되면 전혀 새로운 치료법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마치며

파킨슨병은 분명 쉽지 않은 질환입니다. 하지만 절망적인 병은 아니에요.

조기에 발견해서 적절한 치료를 받고, 꾸준히 운동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한 환자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처음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건강에 더 신경 쓰게 되고,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어요. 병이 주는 선물도 있더라고요."

만약 본인이나 가족 중에 떨림, 움직임이 느려짐, 근육 경직 같은 증상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신경과를 방문해보세요.

특히 냄새를 잘 못 맡거나, 잠꼬대가 심해졌거나, 변비가 오래 지속된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파킨슨병도 다른 모든 질환과 마찬가지로, 빨리 발견할수록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요즘은 파킨슨병 환자의 평균 수명이 일반인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의학의 발전과 함께 파킨슨병도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이 되어가고 있어요. 희망을 잃지 마세요.

더 나은 내일은 분명히 올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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