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불안해서 못 살겠어요... 혹시 범불안장애?

"오늘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갈까?" "내일 회의에서 실수하면 어떡하지?" "가족들이 사고라도 나면..."

혹시 이런 걱정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나요? 살다 보면 누구나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순간들을 경험합니다. 시험 전날의 떨림, 면접 직전의 긴장감 같은 것들 말이죠. 하지만 이런 불안이 6개월 이상 계속되고,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라면 범불안장애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범불안장애, 대체 뭐가 문제인가요?

범불안장애(Generalized Anxiety Disorder, GAD)는 말 그대로 '광범위한' 불안장애입니다. 특정한 상황이나 대상에 국한되지 않고, 일상의 다양한 영역에서 과도한 걱정과 불안을 느끼는 상태를 말합니다.

일반적인 걱정과 달리 범불안장애는 실제 위험의 정도보다 훨씬 과도하게, 그리고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을 경험합니다. 마치 머릿속에 24시간 경보 시스템이 켜져 있는 것처럼, 늘 무언가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에 시달리는 거죠.

실제로 전 세계 인구의 약 3.7%가 이 질환을 경험하고 있으며,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정도 더 많이 겪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더 많은 분들이 이런 증상으로 병원을 찾고 있는데요.


DSM-5가 제시하는 범불안장애 진단 기준 6가지

그럼 정확히 어떤 증상이 있을 때 범불안장애라고 진단할까요? 미국정신의학회의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에서는 다음 6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1.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과도한 불안과 걱정

직장, 학업, 일상 활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나치게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날이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합니다. 중요한 건 '그렇지 않은 날보다 그런 날이 더 많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 프레젠테이션 망치면 어떡하지" "아이가 학교에서 다치면 어떡하나" "내일 비가 와서 약속이 취소되면..." 같은 걱정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거죠.

2. 걱정을 조절할 수 없음

"그만 걱정하자"고 스스로에게 말해도 전혀 통제가 안 됩니다.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불안의 속도를 줄일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3. 신체적·정신적 증상 동반 (3가지 이상)

다음 증상 중 3가지 이상이 나타나야 합니다. (아동의 경우 1가지만 있어도 해당)

  • 안절부절못하거나 가장자리에 서 있는 듯한 느낌
  • 쉽게 피곤해짐
  • 집중력 저하, 머릿속이 하얗게 비는 느낌
  • 짜증이나 과민반응
  • 근육 긴장
  • 수면 장애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거나, 푹 쉬지 못함)

이런 증상들이 단순히 가끔 나타나는 게 아니라, 지난 6개월 동안 며칠씩 지속되는 일이 반복되어야 합니다.

4.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

불안과 걱정, 신체 증상들이 직장생활, 학업, 대인관계 등에서 현저한 고통을 주고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합니다.

실제로 범불안장애를 가진 사람의 51%가 가정, 직장, 사회생활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평균적으로 연간 8일 정도는 아예 일이나 활동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5. 약물이나 다른 신체 질환이 원인이 아님

갑상선 기능 항진증 같은 신체 질환이나 카페인 과다 섭취, 약물 부작용 등으로 인한 불안이 아니어야 합니다.

6. 다른 정신질환으로 설명되지 않음

공황장애, 사회불안장애, 강박장애 등 다른 불안장애나 정신질환으로 더 잘 설명되는 경우가 아니어야 합니다.


일반적인 걱정 vs 범불안장애, 뭐가 다를까요?

"나도 늘 걱정이 많은데, 그럼 나도 범불안장애인가?" 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적인 걱정과 범불안장애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걱정은:

  • 실제 문제나 상황에 비례하는 수준
  • 어느 정도 자기 통제가 가능
  • 일시적이고 상황이 해결되면 사라짐
  •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음

범불안장애는:

  • 실제 위험보다 훨씬 과도한 수준
  • 스스로 멈출 수가 없음
  • 한 가지 걱정이 끝나면 다른 걱정으로 이어짐
  •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


혹시 나도? 간단 자가체크 해보세요

다음 중 해당하는 항목이 많다면 전문가 상담을 고려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 지난 6개월간 거의 매일 무언가를 걱정했다

□ "걱정 좀 그만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 사소한 일에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한다

□ 늘 긴장 상태라 몸이 뻣뻣하고 어깨가 결린다

□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깬다

□ 집중이 안 돼서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

□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고 예민해진다

□ 항상 피곤하고 기운이 없다


마치며

범불안장애는 단순히 "성격이 예민해서"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뇌의 신경전달물질 불균형, 유전적 요인, 환경적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입니다.

다행히 범불안장애는 치료가 가능한 질환입니다.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같은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면 많은 분들이 증상 개선을 경험하십니다. 또한 요가, 명상, 규칙적인 운동 등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위의 진단 기준에 해당한다고 생각되신다면,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불안에 짓눌려 살 필요는 없습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일상을 되찾을 수 있으니까요.

여러분의 마음 건강, 오늘부터라도 한 걸음씩 챙겨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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