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성 장애 | 기분이 롤러코스터처럼... 양극성 장애, 제대로 알아보기
아침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가, 저녁엔 갑자기 우울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험. 혹시 이런 극단적인 감정 변화를 겪고 계신가요?
단순한 기분 변화라고 넘기기엔 뭔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면, 오늘 이야기할 양극성 장애에 대해 주목해보세요.
양극성 장애, 그게 뭐예요?
많은 분들이 '조울증'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실 텐데요.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양극성 장애라는 공식 명칭을 사용합니다.
쉽게 말해서 기분이 양 극단을 오가는 정신질환이에요. 마치 감정의 진자가 극과 극을 오가듯, 비정상적으로 들뜬 조증 상태와 깊은 우울증 상태를 번갈아 경험하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일반적인 감정 기복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거예요.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기분 변화는 평이한 기준선 주변에서 부드럽게 움직이는 파도 같다면, 양극성 장애는 마치 쓰나미처럼 감정이 휩쓸고 지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나도 혹시? 양극성 장애의 실제 증상들
조증 삽화 - "나는 지금 세상의 왕이다!"
조증 상태에 빠지면 정말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납니다. 한 29세 회사원 A씨의 경우, 갑자기 "내가 대한민국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며 사표를 던지고 무모한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해요.
조증의 대표적인 증상들:
- 3시간만 자도 피곤하지 않고 오히려 에너지가 넘침
- 말이 빨라지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질주
- 과도한 자신감으로 무모한 계획을 세움
- 돈을 물 쓰듯 쓰거나 충동적인 결정을 내림
- 주변 사람들이 "너 왜 그래?"라고 걱정할 정도
특히 위험한 건, 본인은 전혀 문제를 못 느낀다는 거예요. 오히려 "내 인생 최고의 컨디션"이라고 생각하죠.
우울 삽화 -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조증과는 정반대로, 우울 삽화에서는 모든 것이 무기력해집니다. 양극성 장애의 우울증은 일반 우울증보다 더 몸이 무겁고 처지는 느낌이 특징이에요.
- 하루 종일 침대에서 나오기 힘듦
- 좋아하던 것들에 전혀 흥미를 못 느낌
- 극단적인 죄책감과 무가치감
- 집중력 저하로 간단한 일도 처리 못함
- 심한 경우 자살 생각까지
1형 vs 2형, 뭐가 다른가요?
양극성 장애는 크게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뉩니다.
제1형 - 본격 롤러코스터
1주일 이상 지속되는 심각한 조증 삽화를 한 번이라도 경험했다면 1형입니다.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거나, 일상생활이 완전히 마비될 정도죠.
약 70%가 우울증으로 시작하는데, 처음엔 단순 우울증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 조증이 터지면서 "아, 양극성이었구나" 하고 진단이 바뀌는 경우가 많아요.
제2형 - 마일드한 버전? 아니에요!
2형은 조증 대신 경조증이 나타납니다. 경조증은 4일 이상 지속되지만, 입원할 정도로 심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절대 가볍게 볼 게 아닙니다. 오히려 2형은 혼재성 삽화(조증과 우울이 동시에)가 더 자주 나타나고, 진단도 어려워서 적절한 치료를 받기까지 더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정말 흔한 병인가요?
국내 통계를 보면 양극성 장애 1형이 0.4~1.6%, 2형이 약 0.5% 정도입니다. 전체 양극성 범주 장애로 넓혀보면 4% 정도까지 올라가요.
그런데 여기 함정이 있습니다. 한국의 양극성 장애 유병률이 미국의 1/10 수준이라는 이상한 통계가 있어요. 이건 실제로 적어서가 아니라 제대로 진단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20대 초반에 발병이 많고, 평균 발병 연령은 30세 전후예요. 남녀 성비는 비슷하지만, 남자는 주로 조증으로, 여자는 주로 우울증으로 시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약물과 정신치료
약물치료가 기본
양극성 장애는 뇌의 화학적 불균형이 원인이기 때문에 약물치료가 필수입니다.
- 기분안정제: 리튬, 발프로에이트, 라모트리진 등
-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올란자핀, 퀘티아핀, 아리피프라졸 등
- 우울 삽화 시에는 항우울제를 조심스럽게 사용
중요한 건, 증상이 좋아져도 약을 임의로 끊으면 안 된다는 거예요. 재발률이 90%에 달하거든요. 꾸준한 약물 유지요법이 재발 방지의 핵심입니다.
정신치료도 중요해요
약물치료와 함께 인지행동치료, 대인관계치료, 가족치료 등을 병행하면 효과가 더 좋습니다. 특히 스트레스 관리와 규칙적인 생활 리듬 유지가 중요해요.
주변에 양극성 장애 환자가 있다면?
가장 중요한 건 병을 인정하고 치료받도록 돕는 것입니다. 특히 조증 상태에서는 본인이 문제를 못 느끼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의 역할이 정말 중요해요.
"네가 요즘 평소와 달라 보여서 걱정돼"라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세요. 그리고 함께 병원에 가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마무리하며
양극성 장애는 20년 동안 환자의 6%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위험한 질환입니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일상생활이 가능해요.
감정 기복이 심하다고 모두 양극성 장애는 아니지만, 극단적인 기분 변화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꼭 전문가를 찾아가세요.
기억하세요. 양극성 장애는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질병입니다.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을 맞듯이, 양극성 장애 환자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혹시 본인이나 주변 사람이 이런 증상을 보인다면, 망설이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보세요. 빠른 진단과 치료가 더 나은 삶의 첫걸음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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